트럼프가 '크립토 기업에 은행 문을 열어줘라'고 명령했는데 연준은 12월까지 심사를 멈췄다. 크립토 회사들이 은행 계좌조차 못 갖는 이유가 뭐고, 앞으로 달라지기는 하는 건가?
2026-05-31
문제의 구조: 법과 현실 사이의 7개월 공백
5월 19일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으로 연준과 재무부에 "암호화폐 기업의 결제망 접근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이틀 뒤 연준은 연방 마스터계정 Tier 3 신청 심사를 12월 31일까지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행정명령이 "문을 열어라"고 했고, 중앙은행이 "7개월 더 기다려라"고 응답한 것이다 (CoinDesk, 2026-05-19; The Block, 2026-05-21).
이 역설은 표면 수치보다 구조적으로 더 깊다.
왜 크립토 기업은 은행 계좌조차 갖지 못했나
2022년 실버게이트·시그니처·SVB가 동시에 붕괴하면서 크립토 친화적 은행 3곳이 사라졌다. 이후 JP모건·뱅크오브아메리카·시티 등 대형 은행들은 내부 규정으로 크립토 기업 계좌 개설을 사실상 차단했다. 이 "디뱅킹(debanking)"이 2년 이상 지속됐다.
크립토 기업이 은행 없이 운영하는 방식은 이렇다. 중간 은행(correspondent bank)을 끼워 달러를 주고받는데, 이 과정에서 수수료·지연·거부가 반복된다. Coinbase는 규제 승인을 받은 기업임에도 일상적인 은행 업무에서 반복적으로 거절을 당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Coin Bureau 분석, 2026-05-29).
Kraken 사례: 반쪽 성과의 의미
2026년 3월 4일 크라켄(Kraken)이 역사적으로 최초의 크립토 기업 연방 마스터계정을 취득했다. 구체적으로 와이오밍주 특수목적은행 Kraken Financial 명의로 캔자스시티 연준에 계좌를 개설했다 (CoinDesk, 2026-03-04).
그런데 이 계좌는 "스키니(skinny) 마스터계정"이다. 크라켄이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나누면:
| 항목 | Kraken 마스터계정 가능 여부 |
|---|---|
| Fedwire 직접 결제 | 가능 |
| 대형 트레이더 입출금 가속 | 가능 |
| 연준 준비금 이자 수취 | 불가 |
| 연준 긴급 대출 접근 | 불가 |
| 일반 소비자 예금 보호(FDIC) | 불가 |
"크립토 기업이 결제 인프라의 책임은 지면서 그에 따르는 보호는 전혀 받지 못하는 구조다." — Coin Bureau (2026-05-29)
일반 은행은 연준 긴급 창구(LLR)와 FDIC 예금 보험으로 위기 시 방어막을 갖는다. 크라켄의 마스터계정은 책임만 있고 보호는 없는 비대칭 구조다.
USDC가 보여주는 다른 경로
은행 접근 없이도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결제망을 이미 압박하고 있다는 데이터가 있다. Circle의 Q1 2026 실적: USDC 온체인 거래량 21.5조 달러(YoY +263%), 유통잔고 770억 달러(+28%), 전체 스테이블코인 거래의 63%를 USDC가 차지한다 (Circle Q1 2026 실적, 2026-05-11).
이 숫자는 역설적인 함의를 갖는다. 크립토 기업들이 은행 마스터계정 없이도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달러 결제망을 우회하는 병렬 인프라를 구축 중이다. 연준이 Tier 3 심사를 동결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스테이블코인의 급성장이 기존 은행 시스템 이탈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12월 이후 무엇이 달라질 수 있나
연준의 Tier 3 동결 종료(2026-12-31)는 규칙 제정(rulemaking) 완료를 전제로 한다. 이 규칙이 어떻게 만들어지느냐에 따라 세 경로가 갈린다.
| 시나리오 | 조건 | 시장 영향 |
|---|---|---|
| 마스터계정 전면 개방(25%) | 연준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거래소에 완전한 계정 허용 | Coinbase·HOOD·Circle 멀티플 급등 |
| 스키니 계정 확대(50%) | Kraken 방식 제한적 승인을 업계 표준으로 확대 | 중립-소폭 긍정. 기존 은행과 경쟁 제한 |
| 규칙 미완성으로 동결 연장(25%) | 연준이 2027년으로 재동결 | 실망 매도. 현상 유지 |
전통 은행(JP모건·씨티 등)이 크라켄 승인 직후 "정책 미완성 상태에서 선례를 만들었다"고 공식 반발한 이유가 여기 있다 (AMBCrypto, 2026). 이들은 크립토 기업이 은행 면허 없이 연준 계정을 갖는 것 자체가 불공정하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투자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이슈는 세 종류의 자산에 다르게 작동한다.
Coinbase(COIN)·Robinhood(HOOD): CFTC가 5월 28일 최초의 비트코인 무기한 선물(perpetual futures)을 승인하면서 HOOD가 당일 +11.15%를 기록했다. 12월 연준 결정이 마스터계정 확대로 나오면 이 기업들의 달러 결제 비용이 구조적으로 낮아져 두 번째 주가 촉매가 된다. 그러나 지금 가격은 낙관론을 상당 부분 선반영했다.
비트코인·이더리움: 스테이블코인 온체인 거래량 +263%는 달러 기반 디지털 결제 수요가 실재함을 보여준다. 크립토 기업의 은행 접근이 개선될수록 기관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BTC 수요 기반이 넓어진다. 다만 12월까지는 규제 불확실성이 상방을 제한한다.
Circle(CRCL) 주식: USDC 온체인 거래량이 은행 결제망을 이미 대체 중인 구조에서, 마스터계정 확대보다 스테이블코인 법제화(GENIUS Act 등)가 더 직접적 촉매다. 법안 진행 상황을 마스터계정 결정과 함께 모니터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