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가 미국 국채를 사상 최대로 들고 있어서 '국채가 위험자산이 됐다'는 말이 돌아요. 안전하다는 국채가 왜 위험해질 수 있고, 이게 제 주식에도 영향을 주나요?
2026-10-01
헤지펀드는 왜 국채를 이렇게 많이 들고 있나
헤지펀드가 보유한 미 국채 현물은 2025년 말 2조 달러로 5년 전의 약 3배다. 전체 시장성 국채의 **7%**로 사상 최대 비중이다 (미 재무부 금융연구청 OFR, 2026-08-19). 이들이 국채를 사는 이유는 금리 전망 때문이 아니다. 대부분 '베이시스 트레이드'라는 차익거래다.
구조는 이렇다. 국채 현물을 사고 같은 만기의 국채 선물을 판다. 둘 사이의 작은 가격 차이를 먹는 거래다. 차이가 워낙 작아서 레포(국채를 담보로 하루짜리 돈을 빌리는 시장)로 돈을 빌려 수십 배 레버리지를 건다. 반대편에는 선물로 국채를 사고 싶어 하는 연기금·자산운용사가 있다. 2008년 이후 자본 규제로 은행 딜러가 국채 재고를 줄이자 헤지펀드가 그 빈자리를 채웠다.
안전자산이 위험해지는 경로
국채 자체의 부도 위험이 커진 것이 아니다. 문제는 국채를 들고 있는 사람의 레버리지다. OFR은 이렇게 경고했다.
"A disorderly unwinding of highly leveraged basis trades could amplify volatility in the cash and futures markets." — 미 재무부 금융연구청 OFR (2026-08-19)
방아쇠는 두 가지다. 레포 금리가 갑자기 뛰거나, 선물 증거금이 급히 오르는 경우다. 그러면 헤지펀드는 빌린 돈을 갚기 위해 국채 현물을 한꺼번에 판다. 국채 가격이 더 떨어지고 금리는 더 오르며, 이것이 다른 펀드의 증거금 요구를 다시 부른다. 2020년 3월 코로나 충격 때 실제로 이런 연쇄 매도가 일어나 세계에서 가장 깊다는 국채시장이 마비됐고, 연준이 대규모 국채 매입으로 불을 꺼야 했다.
주식과 연결되는 지점은 여기다.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 주식 밸류에이션이 눌리고, 동시에 레버리지 펀드들이 손실을 메우려 주식까지 팔 수 있다. 주식과 채권이 같이 빠지는 날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금리 상승은 그 경로가 아니다
과장된 공포를 걸러낼 데이터도 있다. 모건스탠리는 레버리지 베이시스 트레이드 규모가 올해 20% 줄어 1.2조 달러가 됐다고 추정했다. 3월 고점 대비 헤지펀드의 2년물 선물 순매도는 40% 넘게 줄었다 (Bloomberg via Kitco, 2026-09-24). 이유는 수익 기회가 줄어서다. 은행의 보완적 레버리지 비율(SLR) 규제가 완화되며 은행이 국채 재고를 다시 늘렸고, 재무부 바이백이 오래된 국채 가격을 받쳐 가격 차이가 좁아졌다.
"The basis position in the market has been declining because the opportunity set is lower." — 메건 스와이버, BofA (2026-09-24)
모건스탠리는 이런 축소 과정에서 광범위한 시장 스트레스의 증거가 없다고 봤다. 즉 최근 장기금리 상승은 헤지펀드 강제 청산보다 기간 프리미엄 상승과 해외 수요 약화가 주된 원인이다. 레버리지가 이미 일부 빠져 있다는 점은 2020년 3월 같은 급격한 붕괴 위험을 줄인다. 다만 포지션이 여전히 1조 달러를 넘는다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투자자는 무엇을 볼까
- 레포 금리 급등: 담보부 하루짜리 금리(SOFR)가 연준 기준금리 상단을 크게 넘으면 경고 신호다. 분기말과 월말에 특히 주의한다
- 국채 입찰 부진과 금리 급등이 겹치는 날: 9월 23일 같은 입찰 부진이 반복되면 레버리지 포지션의 증거금 부담이 커진다
- 주식과 장기채의 동반 하락: 이런 날이 며칠 이어지면 강제 청산이 시작됐을 수 있다. 이때 장기채(TLT)는 주식 하락을 막아주는 헤지 역할을 못 한다
- 포지션 관점: 채권으로 주식 위험을 줄이려 한다면 장기채보다 단기채·초단기채가 낫다. 단기금리는 연준 경로에 묶여 있어 이런 수급 사고의 영향을 덜 받는다
정리하면 '국채가 위험자산이 됐다'는 말은 반쯤 맞다. 국채가 망할 위험이 아니라, 국채를 레버리지로 들고 있는 사람이 흔들릴 위험이다. 지금은 그 레버리지가 줄어드는 중이라 당장의 폭발 가능성은 낮지만, 장기채를 안전판으로 믿기에는 아직 이르다.